칵테일 제조법의 일종인 하이볼은 요즘 아주 핫하고 인기많은 음료 중 하나이다. 기본은 얼음을 채운 텀블러 글라스에 증류주를 일정량 넣고 그 위에 탄산수, 토닉워터, 사이다, 진저에일 등의 다른 탄산음료를 부어 만든다. 증류주로는 위스키가 제일 흔히 쓰인다. 여기에 레몬 혹은 라임 등을 필하여 상큼한 맛을 더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이볼의 역사
도수가 높은 위스키에 소다를 타서 마시는 방법은 19세기 영국 상류층에서 먼저 유행하던 방식이었는데, 이때는 스카치 앤 소다 혹은 위스키 앤 소다로 불리었다. 이게 미국으로 넘어가 기차 식당칸에서 톨 글래스(Tall Glass)[1]에 담겨져 제공되면서 미국에서 큰 유행이 되었고, 바텐더들은 이런 방식의 칵테일을 하이볼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즉, 하이볼이란 명칭은 바텐더들 사이에서 쓰이는 슬랭이었다.
하이볼이란 불리는 이유에 있어서는 여러 가지 어원이 있으나, 가장 유력한 것은 당시에 완목 신호기 같은 것이 없고, 열차의 발차 신호가 끈에 공을 매달아 띄우는 방식 (Ball railroad signal)이었기 때문에 술의 이름이 하이볼(=높게 띄워진 풍선)이 되었다는 것. 보통 기차 노선 옆에 설치된 발차 신호의 풍선이 높이 매달려 있으면 '가도 좋다' 혹은 '최대 속력으로' 라는 의미인데, 보통 이 상태는 해당 노선이 비어있어 정차나 속력을 낮출 필요가 없다는 의미였다. 또한 정차된 기차가 출발할 때도 이 풍선의 신호에 맞춰 출발했는데, 이때 보통 기관사들이 '하이볼'이라고 외쳤다. 이에 '하이볼'이라는 의미는 빠르고 신속하게 혹은 무엇인가를 분주히 준비해야 될 때라는 속어로도 사용되었는데, 다른 칵테일에 비해서 빠르게 서빙되는 이 칵테일의 특성이 이와 맞아떨어져 기차 식당칸에서 일하던 바텐더들 사이에서 슬랭으로 쓰였다고 한다. 또한 증기기관차에서 속력과 압력을 나타내는 게이지가 공의 높낮이로 보였는데, 최대 속력일 때 공이 높이 떠 있어 이게 긴 잔에 떠있는 얼음의 모습과 유사하다고 해서 하이볼이라고 쓰였다고도 한다.
또한 다른 설로는, 과거 영국 상류층에서 주로 하던 스포츠인 골프경기중에 갈증을 풀 수 있게 마시던 음료 중 하나였는데, 골프 라운드는 시간이 오래 걸려 꽤나 마시게되고 라운드 후반으로 갈 수록 플레이어가 취해서 공이 엉뚱한 곳으로 가는 일이 잦아 하이볼(High Ball)이라고 자주 외치게 만드는 음료라고 하여 불리게 되었다는 설이 있다.
하이볼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1895년 크리스 라울러(Chris Lawlor)가 작성한 더 믹시콜로지스트(The Mixicologist)이다. 이 책에는 High ball이라는 이름의 칵테일로, 얼음과 탄산수를 채운 잔에 1.5 oz의 브랜디나 위스키를 채우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High와 Ball 사이에 띄어쓰기가 없는 Highball은 1900년 해리 존슨(Harry Johnson)의 바덴터 매뉴얼(Bartender's Manual)에 처음 등장한다. 이 책에서는 하이볼을 얼음을 2~3개 넣은 피즈 글라스에 위스키를 2 oz 넣고, 그 위에 탄산수를 채우는 것으로 정의한다.
좁은 의미의 하이볼은 스카치 위스키에 탄산수를 섞어 마시는 스카치 앤 소다를 지칭하며, 넓은 의미로서의 하이볼은 탄산이 술보다 많이 들어가는 모든 종류의 칵테일을 지칭한다. 즉, 피즈, 콜린스. 리키, ~~콕. ~~토닉 등의 칵테일은 전부 하이볼에 속한다. 다만, 맥주처럼 탄산이 있는 술에 증류주를 타는 것도 하이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하이볼의 특징
이 하이볼을 만들기 위한 240 ㎖ ~ 300 ㎖정도의 잔을 '하이볼 글라스'라고 한다. 이전에는 톨 글라스라고 불렀으나, 하이볼이 유명해진 후로는 하이볼 글라스라고 주로 불리는 편.
일본에서는 맥주, 사케 다음으로 대중적인 술이다. 술집에 하이볼이 없는 경우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도 될 정도다. 일본에서의 하이볼은 증류주와 탄산수를 섞는 방식뿐만 아니라 차(茶)를 섞었을 때 사용되기도 한다. 우롱차에 소주를 섞은 우롱하이가 대표적. 한국에서도 유명한 츄하이 역시 하이볼의 일종이다. 소주(쇼츄)+하이볼의 약자로 츄하이라고 쓰는 것.
물론, 보통 일본의 술집에서 '하이볼'을 시키면 위스키와 탄산수에 레몬을 곁들인 정통식에 가까운 하이볼이 나온다. 일본식 하이볼에서는 토탄, 스모키향이 다소 약하지만 단맛과 향긋함을 강조한 일본식 위스키가 주로 사용된다. 산토리의 가쿠빈 위스키가 특히 자주 사용된다. 이것을 편하게 가쿠하이볼이라고 부르며, 한국의 이자카야에서도 가쿠빈을 이용하여 만드는 경우가 많지만, 탄산수보다는 토닉워터를 이용해 단맛을 주는 경우가 많다.
하이볼 제조법
1. 하이볼 잔에 얼음을 채우고, 그 위에 위스키를 붓는다. 표준적인 양은 30 ~ 45㎖ 이다. 소주잔이 대략 50㎖ 이니 계량컵이 없으면 참조.
2. 탄산수나 토닉워터, 사이다를 붓고 한 두 번만 살짝 저어준다. 취향에 따라서 부으면 되지만, 통상의 비율은 위스키 1:탄산수 4이니 참조.
3. 취향에 따라, 또는 위스키 종류에 따라 레몬 슬라이스 한 조각이나 민트잎 등을 넣어준다.
꽤 간단하니 한두 번 만들어 먹어볼 만하다.
닛카 위스키에 따르면, 맛있는 하이볼을 위해서는 탄산이 날아가지 않도록 얼음을 피해 탄산수를 부어야 하는데, 미리 얼음을 한쪽으로 쌓음으로써 탄산수가 내려갈 길을 만들어두는 것이 프로의 기술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잔 높이와 비슷한 길이의 얼음을 준비하여 따로 길을 내지 않는 방법도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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